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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조선일보 사회면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목이 "두달에 한 번 대형사고 ... 우린 너무 쉽게 잊는다"였거든요.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에 대한 시민들 반응을 소개하는 기사였는데 기사 자체만 보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참사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시민 반응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기사니까요.


조선일보 10월 20일자 A12면


그런데 올해 가장 큰 대형 참사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 그동안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내용을 생각하면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유족과 정부 사이에 대립이 극심해지자 시민들이 피로해하니 유족들이 양보하라고 다그쳤던 언론이 어디였던가요?


그래서 과거 신문을 검색해봤더니 9월 10일자 조선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목은 "세월호법 어서 끝내라" "국회 제발 일 좀 해라"입니다.


추석 민심을 들어보겠다는 명목으로 세월호특별법에 미적대는 정치권을 질타하는 기사입니다. 상인들이 세월호 사태가 길어지는 바람에 장사가 안된다며 읍소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기사를 읽어보면 여야에서 (유족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월호특별법 처리에 찬성하는 의원들 위주로 섭외해 쿼트를 따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이제 세월호를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썼던 조선일보가 오늘자에서는 "우리가 참사를 너무 빨리 잊는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의 이런 이율배반적 논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보니 새삼스럽게 다시 지적하게 됩니다.


조선일보 9월 10일자 A6면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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