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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드문 경우인데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지고 있다.
그동안 실타래처럼 꼬이게 만들었던 수많은 관계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네 남녀의 사각관계에 집중하면서 좀더 짜임새 있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처음에는 한효주의 신선한 마스크가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었다면
25회까지 끝난 지금은 배수빈과 문채원이 극을 이끈다.

난 한없이 선량하고 모든 것을 다주는 남자인 박준세의 눈물에 몰입되고
한 남자를 얻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유승미의 눈물에 매혹되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아무래도 복잡한 사건을 그리는 것보다는
남녀간의 관계를 그리는 데 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만 쉽게 포착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 잡아내어 감정을 끄집어낸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은성은 극의 후반부로 오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인물처럼 그려지는데
그것은 박준세와 유승미의 슬픔의 골이 그만큼 깊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캔디처럼 맑은 표정만 지어왔던 고은성이 감당하기에 이 둘의 캐릭터는 너무 무거워졌다.

또 드라마 전반적으로 초반부의 지나치게 가볍고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좀더 사려깊고 등장인물들의 많은 것을 배려하는 깊이를 담아가고 있다.
이미 문채원을 구제한 드라마는 이제 김미숙을 놓아줄지 아니면 끝까지 희생양으로 밀어부칠지 주목해봐야겠다.

박준세와 선우환을 모두 놓는 고은성의 마지막 선택은
아마도 자신만의 사업을 위해 새 인생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다면 선우환도 사랑을 잃고 그만큼의 슬픔을 담아낼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주변에는 고은성과 선우환보다 훨씬 더 많은 박준세와 유승미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이들을 응원해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선택받지 못한 자의 눈물은 얼마나 가슴아픈가.

 

Youchang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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