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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7월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저녁이 있는 삶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기업 부담이 늘고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근로기준법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문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도움말=김대성 노무사(청연 노동법률 사무소)



Q.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근로시간은 크게 법정근로시간, 연장근로시간, 휴일근로시간으로 나뉜다.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으로 하루 8시간씩이다. 이것은 법이 통과되기 전과 후에 변함이 없다. 법안 통과 이전엔 연장근로시간 12시간,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이었는데 이젠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개념이 합쳐져 총 12시간만 가능해지게 됐다.


Q. 법 개정의 골자는 일주일을 5일이 아닌 7일로 본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과거에 일주일을 5일로 봤을 때는 나머지 2일이 휴일 혹은 휴무일로 지정돼 휴일근로시간을 16시간 별도로 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일주일이 7일이 되면서 휴일근로 개념이 사라졌다.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평일과 휴일에 나눠 쓰게 된 것이다. 과거엔 휴무일에는 연장근로, 휴일에는 휴일근로 개념이었지만 이젠 그런 구분도 의미가 없어졌다.



Q. 이번 법 개정으로 가장 영향을 크게 받는 노동자는 누구인가?

과거에 52시간 이내로 근무하던 노동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52~68시간 사이에서 근로하던 노동자들(2015년 기준 약 107만명)은 적게 일하게 된 만큼 월급봉투가 얇아질 것이다.


Q. 휴일에 근무하면 받는 수당이 이젠 휴일근로수당이 아닌 연장근로수당으로 통일됐다. 금액에도 변화가 있나?

휴일근로수당이든 연장근로수당이든 휴일에 근무하면 50%의 가산 수당이 붙는 것은 과거과 똑같다. 8시간 이내 근무까지는 50% 가산 수당을 받고, 8시간 초과분은 100% 가산 수당을 받는다. 예를 들어 만약 시급 1만원으로 토요일에 9시간 근무했다면, 8시간은 50% 가산 수당을 합쳐 12만원, 1시간은 100% 가산수당을 합쳐 2만원, 총 14만원을 받게 된다.


Q. 노동계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는 연장근로수당에 중복할증을 해달라는 거였는데 법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노동계의 요구는 휴일근로에 대해 연장근로수당 할증 50%에 근로수당 할증 50%를 합쳐 기본 100% 가산 수당을 지급하라는 거였다.



Q. 토요일과 일요일에 근무하고 평일에 쉬는 노동자도 있다. 이럴 경우 휴일 가산 수당을 받을 수 있나?

그건 아니다. 통상근로일은 노사 협의로 정할 수 있다. 꼭 토요일과 일요일이 휴일이 아니어도 된다. 평일을 휴일로 지정할 수 있다. 사측은 노동자에게 하루 전에만 통보하면 된다.


Q.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 사측의 꼼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점심시간 등 휴식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근로계약서 상에 휴식시간을 하루 2시간으로 정해 놓고 실제로는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휴식을 취했는지 아닌지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Q. 휴식시간이 불분명한 업종은 어떻게 되나?

노동자 본인이 휴식시간에 대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직종에 따라서 불분명한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보일러 시설을 관리하는 직업의 경우 새벽에 잠깐 일하는 단속적 간단 근로자 형태다. 이들은 대기시간이 긴 편인데 이를 대부분 휴식시간으로 잡는다. 노동자들도 이를 인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Q. 식당, 숙박업 등 생계형 업종들이 특례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공 목적이 있는 운송, 보건업 등 5개 업종만 연장근로 12시간 초과가 가능한 것으로 특례업종이 대폭 축소됐다. 5개 업종 노동자에 대해선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별도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례업종을 줄인 취지는 그만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고용 증가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인건비 때문에 야간에 문 닫는 상점이 늘어날 수도 있다. 또 고용 대신 자동화 기기 도입으로 대안을 찾는 업종도 많아질 것이다.



Q. 총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워라밸'이 한층 더 가능해졌다는 기대가 있다.

2004년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됐을 때 한국 사회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2005년부터 토요일이 빨간색으로 표시됐다. 여가시간이 늘면서 문화, 스포츠, 레저 업종이 수혜를 입었다.

2005년 프로야구 관중이 전년 대비 40%가량 늘었고,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의 입장권 판매도 증가했다. 영화시장의 총 관객 수도 2005년 전년 대비 78%나 급증했다.

14년 만의 법 개정에 따라 이번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되면 일자리가 13만~16만개 늘어날 전망이다. 14년 전처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여가업종의 수혜도 예상해볼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의 1인당 근로시간은 연간 2113시간으로 35개국 중 34위였다. 매년 3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이 유독 많았던 과로사를 줄이는 데에도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Q. 2004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2004년엔 동일 임금으로 근로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전체 임금은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정근로시간은 그대로 두고 연장근로시간만 줄이겠다는 것이라서 임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52~68시간 사이 노동자들은 월급봉투가 얇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한 주물업체에선 직원 30여명의 월 급여가 평균 60만원가량 줄게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소득이 줄면 소비 진작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Q. 사업자 입장에선 노동자를 추가 채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총 근로시간 중 16시간이 줄어든 만큼 주당 16시간만 일하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즉, 일자리가 창출되어도 그 일자리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단순 업무는 추가 인력으로 가능하지만, 연구개발 등 인재를 찾기 힘든 전문 영역은 기업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Q.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0%에 달하는 8조6000억원이 300인 미만의 중소사업장의 몫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미리 대비해오고, 인력 충원이 쉬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7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 근로수당 지급 등의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은 자기 근로시간을 늘려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근로자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보호조항이 빠진 것이 문제다. 향후 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558만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 수 1990만명의 28.1%에 달한다.


Q.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안은 뭔가?

컨베이어 벨트가 돌듯 업무가 꾸준하게 있는 직종도 있지만, 대부분 업체에선 업무가 일시적으로 많아졌다가 다시 줄어든다. 문제는 일시적으로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에 추가 인원을 투입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데 있다. 이때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특정 기간에 추가 근무시간을 허용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에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야근을 해야 할 경우, 52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게 하고 제품이 출시된 뒤에 그만큼 쉬게 하는 제도다. 현재 적용기간이 최대 석 달에 불과하다.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은 탄력 근로시간제의 적용 시간이 1년이다.



Q.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더 효율적으로 일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2015년 기준 OECD 35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업무 효율화는 최근 기업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다운제'가 그 시작이다. 업무시간을 방만하게 운영하던 관행을 타파하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자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부터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업무시간은 하루 7시간으로 줄었지만 이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은 줄지 않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를 집중근무시간으로 정해 이 시간에는 흡연실이 폐쇄되고 회의도 금지된다. 또 임원 일정을 공개해 결재받으러 갔다가 헛걸음하는 시간도 없앴다.

지난해 12월 400여 명이던 이마트 야근자가 올해 2월에는 18명으로 대폭 줄었다.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불만도 있지만 도입 초기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세계그룹에 이어 에듀윌도 주당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배달의민족은 이미 작년부터 주당 35시간 체제를 운영 중이다.



Q.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 추세인가?

노동의 역사가 곧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할 만큼 근로시간은 계속해서 단축되어 왔고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주요 선진국의 법정근로시간을 살펴보면, 독일은 주당 40시간에 연간 최대 60일간 10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일본(주당 40시간)과 프랑스(주당 35시간)는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시간을 정한다. 독일 IG메탈은 최근 노사 합의로 주당 28시간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새로운 추세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에 유연한 미국(주당 40시간)은 연장근로에 제한이 없다. 시간외 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면 그만이다. 관리직, 행정직, 전문직, 외근영업직, 컴퓨터 전문직 등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으로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단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선택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제한된 일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점에는 이미 무인주문기가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의 무인마트 아마존고가 보편화되면 앞으로 마트에서 캐셔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영국의 한 연구소는 미래 사회엔 '주당 21시간'이 적정 근로시간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매일경제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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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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