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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영화 개봉빡둘레~ 겁내 욱결레이~ 일단 와서 바바~"


지난 6일 충무로에서 유쾌한 남자를 만났다. 레이저를 쏠 것처럼 강렬한 눈빛을 가진 남자였다. 그러면서도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닌 남자였다.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뜬금 캐릭터로 확 뜬 뒤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정극 연기로도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 이 남자의 이름은 정상훈.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스타인 그는 영화, 드라마,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처음에 나는 그가 개그맨으로 데뷔한 줄 알았다. 개그맨인데 연기로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얼굴만 봐도 웃기는 이미지가 있어서 선입견이 작용했나보다. 그를 만나기 전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가 시트콤으로 데뷔한 배우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얘기를 했더니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 “상관없다”고 했다. 개그맨이든 배우든 알아봐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Youchang


Q. ‘양꼬치엔 칭따오’에 이어 ‘품위있는 그녀’의 재벌3세 안재석 역으로 인기를 얻었다. ‘품위있는 그녀’ 캐스팅이 의외다.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A. 양꼬치엔 칭따오가 잘 나가고 있었지만 1년 정도면 하향곡선을 그릴 거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새롭게 발돋움 할 계기가 필요했다. MBC 드라마 ‘운빨 로맨스’에 출연했는데 그 드라마 김경희 감독의 사수가 ‘품위있는 그녀’ 김윤철 감독님이셨다. 그 분이 저를 잘 봐주셨다. 안재석 역할을 맡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총력을 다 했다. 지금까지 써본 캐스팅 기술을 다 썼다. (웃음) 감독님이 손을 내밀고 같이 하자고 하시는데 믿기지 않았고 믿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상처를 하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엎어지고 교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믿지 않는다. 감독님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 해도 투자자가 “남자 주인공이 개그맨이야? 그래서 되겠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면 누군가 총대를 짊어지고 “저만 믿어주세요” 해야 하는데 감독님이 정말 그럴 수 있는지 당시로선 모르는 거니까. 그런데 감독님이 ‘내 이름은 김삼순’도 하셨을 만큼 경력이나 연륜이 있는 분인데 그분이 “정상훈 씁시다. 김희선과 호흡도 잘 맞아요”라고 해주셔서 캐스팅 확정될 수 있었다.


'품위있는 그녀' (JTBC)


Q. ‘품위있는 그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A. 초반 1~2회에는 악플이 많았다. SNL 보는 것 같아 방해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3회 정도부터는 악플이 사라지고 선플이 달리더라. 정상훈 다시 봤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힘을 얻었다.


Q. ‘한국의 짐 캐리’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천상 코미디 배우다.

A.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다. 제가 가는 길이 그렇다. 정말 한국의 짐 캐리가 되고 싶다. 외국에는 코미디 배우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엔 적다. 임창정 씨 정도? 그보다 B급스러운 나는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코미디를 많이 찍고 싶다.



Q. 스타들을 많이 배출한 서울예대 출신이다.

A. 당시에는 서울예전이었다. 거기 개그클럽 동아리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걸 좋아했고 당시 개그클럽에서 신동엽 등 유명 연예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래서 이쪽으로 가면 스타가 돼서 돈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문을 두드린 거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고 보니 배우라는 직업을 서서히 알게 됐고 이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때 내 사수 역할을 했던 분이 김생민 선배와 정성화 선배다. 김진수, 이휘재, 김한석, 송은이, 조정석 등과 함께 공연했는데 말그대로 대박이 났다. 저는 뭐 작은 역할이었지만 당시 모든 코미디언들이 다 와서 보고 그럴 정도였다. 입소문 덕분에 SBS 시트콤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


©Youchang


Q. 그게 데뷔작인 ‘나 어때’인가?

A. 맞다. 최창민 씨의 이란성 쌍둥이 형 역할이었다. 동생은 인기가 많고 나는 찌질이 형이었다. 동생을 좋아하는 여자를 짝사랑하는데 그 여자가 송혜교 씨였다. 거기 출연한 배우들이 화려했다. 신민아, 조여정도 출연했다. 김태성 PD가 연출하셨는데 연기 못 한다고 혼도 많이 났다. 한 번은 공개적으로 전체 다 들리는 스피커로 거의 욕을 하셨다. 엄청 충격받고 절치부심했다. 그때 PD님이 그러시더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아. 되게 많아.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현명하게 하느냐 그게 중요해.” 지금까지도 기억한다. 그 말의 울림이 남달랐다.


Q.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하고 나서도 바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잘 됐나?

A. 쥐구멍에 숨고 싶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이런 대우 받으며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이후로도 자존감이 무너지는 사건들이 꽤 많았다. 정극 연기는 괜찮은데 나는 감초 연기라서 코미디 연기를 해야 한다. 자존감 다 무너졌는데 바로 업되는 연기를 하려니 미치겠더라.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눈물이 그렁그렁한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니 단단해져서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Q. 뮤지컬계의 스타 배우다. 뮤지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2006년도인가 정성화 선배가 대학로에서 하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아이 러브 유’라는, 남경주, 최정원이 출연하는 뮤지컬이다. 나도 이걸 너무 하고 싶었다. 당시엔 일이 없을 때였다. 그래서 이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청 고민했다. 뮤지컬계의 대스타인 남경주 형이 당시에 일주일에 한 번 등산 모임을 열었다. 성화 형한테 부탁해서 거기 무조건 갔다. 도시락 싸들고 가서 배우들에게 나눠주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매주 서울에 있는 산이라는 산은 다 올라갔다. 도시락 메뉴도 엄청 정성들였다. 오징어볶음 고기반찬 쌈에 사과를 싸갔다. 배우들이 진짜 좋아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다들 나만 바라보고 있더라. 또 제작진과 친해지고 싶어서 회식 자리에 갔다. 감독님은 말 수도 적고 접근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음악감독님부터 두드렸다. (웃음) 음악감독님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그분에게 전도가 되어드리기 위해 교회에 갔다. 거기서 성경책 받고 같이 노래 연습하고 그러면서 하나가 됐다. 원래 노래를 잘 하지 못했는데 음악감독님에게 개인 레슨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


©Youchang


Q. 그렇게 시작하게 된 첫 뮤지컬이 ‘아이 러브 유’인건가?

A. 맞다. 처음부터 큰 역할이었다. 남경주, 최정원, 오나라, 그리고 정성화 형과 내가 더블캐스팅이다. 믿기지 않았다.


Q.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는 뭔가?

A. 공연이다. 무대에 설 때 진짜라고 느낀다. 오롯이 내 시간이니까. 지금은 가정이 있어서 무대에만 서지는 못 하고 여러 장르를 오가는데 사실은 무대가 가장 좋다. 공연을 하면 똑같은 연기를 50회에서 100회 이상 반복하게 되는데 하면 할수록 내가 내뱉는 대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점점 디테일이 생기고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법도 깨닫게 된다. 관객의 시선을 잡는 법도 무대에서 배웠다. 내 캐릭터가 관객에게 설득이 안 되면 관객은 집중하지 않는다. 그걸 우리 용어로 ‘귀신이 뜬다’고 한다. 재미 없으면 몸이 뒤로 물러나게 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켠다. 그러면 빛이 얼굴에 반사되는데 그게 귀신처럼 보이니까 우리끼리 그렇게 부르는 거다.


Q. 그럴 때 어떻게 하나?

A. 헛! 하면서 대사를 할 때 갑자기 깜짝 놀래킨다. 그러면 일단 관심을 갖고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호흡을 잡고 폭풍연기를 보여준다.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100명이면 100명 모두 설득하고 싶다.



Q. SNL에 출연하면서 스타가 됐다.

A. 코미디 뮤지컬이 개콘, 웃찾사에 밀려 설 자리를 잃으면서 입지가 좁아지던 시기였다. 김생민 형이 제 공연을 보러 많이 왔는데 결혼하고 나서 돈벌이가 안 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때 SNL의 신동엽 형에게 저 밥 좀 먹게 해달라며 요청했다. SNL에는 대한민국에서 웃기는 사람들은 다 모여 있다. 나는 끼지도 못할 대단한 프로들이다.


Q. ‘양꼬치엔 칭따오’ 탄생 비화를 들려 달라.

A. 출연한 뮤지컬 중에 중국 군인과 프랑스 군인 멀티 역할을 한 적 있다. 거기서 중국어를 구사했는데 100회 정도 하나보니 억양이 몸에 뱄다. SNL에서 시도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상하지 않냐고 했다. 이경규, 이수근 씨도 비슷한 연기를 했었는데 굳이 또 해야 하냐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나는 글로벌 기자로 컨셉을 잡고 조금 다르게 가겠다고 설득했다.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 많이 했는데 작가님이 정말 양꼬치엔 칭따오만 마시는 분이었다. 그분이 ‘양꼬치엔 칭따오’를 제안해주셨다. 사실 나는 양꼬치엔 연태고량주였는데 (웃음) 그래서 다수결로 물어봤는데 다들 칭따오가 좋다고 하더라. 첫 생방송 때 빵 터진 걸 느낀 게 칭따오 측에서 맥주를 보내줬다. 2주 후에는 피자헛에서 CF를 찍자고 하더라. 신동엽, 유세윤, 김준현 이런 분들은 바로 알아채더라. “어, 이거 후킹이 확 걸렸는데” 이러면서. 마침 SNL도 눈알 굴리는 김민교 형 이후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고 그래서 나를 밀어주기로 한 거다.


SNL '양꼬치엔 칭따오' (tVN)


Q. 그때 기분은 어땠나?

A. 아, 이게 뭐지. 이런 게 되네. 나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봤겠나. 주제 넘은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호감 덕분 아닌가 싶었다. 어설픈 중국말을 하면서도 계속 우기는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다.


Q. 실제 중국말은 얼마나 하나?

A. 3개월 배웠다. 그런데 중국말 잘 하는 것을 시청자들은 원하지 않는다. 어설프고 실수하기를 원하지.


Q. 양꼬치엔 칭따오로 인생이 바뀌었겠다.

A. 가장 큰 것은 2억 2000만원 정도 빚이 있었는데 빚을 다 갚았다는 거다. 그게 제일 크다.


Q. 삼둥이 아빠로 육아일기 연재도 했다. 아내와는 어떻게 만났나?

A. 2012년에 만나 2년 연애하고 결혼했다. 뮤지컬 ‘올슉업’에서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은 적 있는데 지금의 아내가 그때 공연을 보고는 싸이월드에 잘 봤다고 글을 남겼더라. 사진을 보니 예쁘길래 댓글을 달았다. “다음에 오시면 인사 꼭꼭꼭 하고 가세요” 이렇게. 그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공연 끝나고 누가 분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모르는 분이어서 누구지 하고 있는데 “인사 하고 가시라고 하셔서…” 그래서 아아아! 여기까지 오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연락처 받게 됐고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가 연애하게 됐다. 자기도 짝사랑을 해봤고 가슴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지금은 결혼해 아들만 셋이다. 여섯살, 다섯살, 만 7개월이다.


Q. 부양가족이 늘어나니 무명시절이 힘들었겠다.

A. 경제적인 어려움은 많은 분들이 겪고 계실테니 그거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은 뒤부터 막막함이 컸다. 이 아이들을 대체 어떻게 키우지? 가족을 위해 내 꿈을 포기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많았다. 지금 내가 잘 된 것은 어찌 보면 로또의 확률이다. 어떤 분은 내가 끊임없이 쌓아온 것들이 한 번에 포텐이 터진 것이라고 좋게 표현을 해주시지만 사실은 내가 더 잘 안다. 정말 운이 좋았다. 서른 여덟 살에 그런 생각을 했다. 42살까지만 해보고 안 되면 다 접고 식당해야겠다. 내가 요리를 좋아하고 또 잘 하니까 어머니랑 같이 식당을 하면 적어도 아이들은 먹여살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Q. 좌우명이 있나?

A. 얼마 전에 지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자” 이거 진짜 힘든 거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


©Youchang


정상훈(42) 출연작

영화: 게이트, 흥부, 로마의 휴일, 덕혜옹주, 결정적 한방, 전설의 고향, 목포는 항구다, 영어완전정복, 화산고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유부녀의 탄생, 질투의 화신, 운빨 로맨스, 고품격 짝사랑, 푸른 물고기, 황진이

TV: SNL코리아, 꽃보다 청춘 - 아이슬란드 편

공연: 오케피, 맨 오브 라만차, 구텐버그, 스팸어랏, 두 도시 이야기, 어쌔신, 김종욱 찾기, 아이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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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
저널리스트. [스쳐가는 모든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 [세상에 없던 생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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